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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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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가해 2009. 5. 15.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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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겨레 유머>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실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으나, 그 시절엔 '조선놈들은 맞아야 말들어'하고 생각하신 분들이 부지기수였다. 셀 수 없이 많았다는 소리다. 유하의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보여지는 살벌한 아침 등교 장면은 흔하디 흔해 하루라도 그냥 넘어가는 날이 없었을 정도였다. 뭘그리 꼬투집 잡아 애들을 잡는지, 선생 뒤에 완장 차고 턱주가리랑 눈까리에 힘 빡주고 있는 양아치쉐이들이 더 얄미우면 얄미웠지 덜하진 않았지 싶다.

통제 덕에 자유가 그립던 군대시절도 학생시절이랑 별반 다르진 않았지만, 그건 학생시절처럼 내리 쉬는 방학이 아니라 중간 중간 텀을 두고 쉬는 종교활동과 휴가 덕에 혹독한 갈굼을 참을 수 있지 싶다. 뭐 이건 어디까지나 내 얘기다. 종교활동을 했을리 없는 나는 대신 휴가를 많이 나왔다. 보직이 좋았다고나 할까? 땅개들보단 참 많이도 나왔다. 그래서 그런지 제대 후 군대얘기하면 조용히 짜져있는 편이다, 죄스러워서. 

학생 때 매 한 번 안 맞고 다닌 친구들이라면 모르겠으나 대부분의 친구들은 호되게 맞아본 경험이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개인 성적이 떨어져도 때렸고 반 성적이 떨어져도 단체로 때렸으니, 안 맞아본 친구는 드물 것이다. 나도 그닥 많이 맞은 축에는 못 끼는데, 수업시간에 활력소를 제공-까불다 도가 지나쳐 맞아본 기억이 몇 있다. 그 중 중학교 물상선생님과 고등학교 생물선생님께 사랑을 듬뿍 받았더랬다. 애정이 담긴 매는 때리는 선생님도 그닥 나쁘지 않았고 맞는 나에게도 그리 아니꼬운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한참 후에서야 폭력의 방식과 일상화에 거부했지 그 당신 그랬다. "다 너 잘되라고 그러는 거야!" 으~~~~ 듣기만해도 짜증이다.

당시엔 그런 선생이 스승인 줄 알았다. 날 위해서 그 끔찍한 폭력도 행하는 선생.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낮은 수준의 가르침이었지 제대로 된 가르침은 아니다. 우린 가장 빠른 해결방법을 찾아 문제를 해소하는 방식과 가장 편한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습성이 존재하는 듯하다. 나쁜 습성인데, 이게 너무나 당연시하는 걸 가르치는 게 가장 중요한 시기인 초중고라니. 지금 생각해봐도 참 안타깝다. 지금은 더 할 거 아냐! 명문학교에 몇 명을 더 집어 넣느냐에 따라 수당이 달라지고 위신이 더 해지니. 그런 걸 보고 배운 애들, 뭐 이젠 공교육에서 뭘 배운다는 게 참 힘든 시기이지만,이 커서 뭔가 결정을 하게 되는 성인이 된다면... 으~~~~ 생각만해도 짜증이다.

참스승을 못 만나 본 사람들도 많겠지만, 그래도 난 몇 분의 인생 선배를 맞났고 그들을 아직도 내 인생의 스승으로 알고 뵙고 있다. 그러고보면 인생 헛살진 않았다. ^^; 왕성한 활동력으로 지행합일을 몸소 가르쳐주시던 분들, 무얼 고민해야 하고 어떻게 사고해야 하는지 알려준 분들, 낯선 것들과 어떻게 조우해야 하는지 보여주신 분들, 인생의 낙을 알려주신 분들 등 참된 길을 갈고 닦고 풀섶을 지치고 가듯 휘적휘적 갈지자로 걸으며 주변의 경치를 볼 수 있는 여유를 주신 분들이 바로 내 인생의 스승들이다.

그런 스승들 만나 발바닥 닳도록 돈만 쫓지 않게 되었고, 몸이 바쁠수록 머리는 점점 여유로워졌다. 나도 스승의 본을 받아 다른 이들의 스승이 되었음 좋을 진 데, 그리 되기엔 너무 멍청하고 게으러. ㅋㅋ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인연 소중히 하고 늘 곁에 뫼시는 게 다일 것이다. 다들 무고하시고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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