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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욱 개인전

그림방

by 한가해 2008. 10. 3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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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 대안공간 풀

    기획초대_ 회화 3

    최진욱 개인전

 

    < 88만원 세대 - Memento mori >

    

    전시_ 2008년 10월 29일 (수) - 11월 19일 (수) / am11:00-pm7:00, 매주 월요일 휴관

    초대_ 10월 29일 (수) 오후 6시

    장소_ 대안공간 풀 alternative space pool

    후원_ 한국문화예술위원회


 

  90년대 이후 최진욱의 작업은 “객관적 리얼리즘” 대 “느낌의 리얼리즘”, 나아가 리얼리즘 대 모더니즘이라는 대결구도의 속에서 비균질적인 진자운동을 하고 있다. 이 번 전시의 제목인 “88만원 세대-Memento mori”는 이러한 이율배반을 정면 돌파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를 잘 나타내고 있다.

개인의 사회적 죽음조차 냉소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작가의 이러한 개입은 파편화된 리얼리티에 대해 의미론적 확장과 재구성을 위한 시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작가는 “의미의 논리”를 “감각의 논리”로 더듬어냄으로써, 혹은 “객관적 의미”의 결을 거스르는 “주관적 감각”의 솔질을 반복함으로써 어렵게 재구성한 사회적 의미의 장에 존재론적 균열을 내고 있다.  

이것은 객관적 실재와 주관적 느낌이 서로에게 포획당하지 않는 상생의 반복 운동을 통해 화면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한 회화적 전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에 머물지 않고 “객관적 리얼리즘”과 “느낌의 리얼리즘” 간의 긴장 속에 스스로를 노정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긴장을 빠른 붓놀림을 통해 파지해 냄으로써 사회적 의미를 내장한 회화적 내러티브를 “정지 상태의 변증법적 섬광”으로 체현해 내고 있다. 이것은 회화라는 환영적 한계성을 뛰어 넘어 회화라는 “존재론적 사건”으로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것이며, 그럼으로써 우리에게 회화에 대한 존재론적 물음에 동참을 구하고 있는 것이다.

 

대안공간 풀

 

 

 

 

알바천국 2  160x117 Oil on Canvas  2008

 

 

최진욱은 경제학자 우석훈의 <88만원 세대>라는 책의 제목을 이번 전시의 제목이자 주제로 선택하면서 한국의 20대가 처한 새로운 생존조건이라는 객관적 현실과 맞대면한다.

지난 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현재 20대를 지칭하는 보통명사로 사용되고 있는 이 용어는 신자유주의의 그물망에 포획된 신세대의 운명을 숫자로 압축해서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세대는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많게 된 사회, 양극화된 사회로 진출할 수밖에 없는 조건 속에서 치열한 입시경쟁을 거치며 대학을 다녀야 하는 세대이고, 성장할수록 더 좁아지는 출구를 가진 세대이다. 이들은 다른 세대에 못지않은 잠재력을 가졌지만 성인으로 개체화되고, 그리고 사회적 관계망으로 나아가게 될수록 잠재력이 소진되며 평생을 불안정 노동으로 살아가야 하기에 “알바 세대"라고 불리기도 하는 세대이다.

 

   

 

 

취업선배와의 대화  112x324 Oil on Canvas  2008

 

 

<취업선배와의 대화>에서 활짝 웃고 있는 예비 졸업생들은 자신들의 운명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을까? 원래 조선일보에 실린 신문사진을 그대로 그린 이 그림의 상단에는 <취업선배와의 대화>라는 표제와 발행 일자가 지워지고 그 대신 삭발하고 있는 KTX 여승무원들의 얼굴들이 그려져 있다. 하단에서 웃고 있는 20대에게는 자신들의 미래일 수 있는 상단의 장면들은 서로 무관한 듯이 촬영된 것이지만, 작가는 서로 다른 시공간 대의 두 장면을 신문의 편집 방식과는 정반대로 함께 모아 보여 준다.

 

 

 

 

미래가 없는 자에게 과거란 무슨 의미인가?  130x194  Oil on Canvas  2008

 

<미래가 없는 자에게 과거란 무슨 의미인가>라는 그림에서는 화려하면서도 쓰러질 듯 층층이 어긋난 다보탑을 홀로 바라보는 20대 여자의 쓸쓸한 뒷모습이 함께 관광을 즐기며 수다 떠는 40대 아줌마들과는 다르게 조각난 시간들을 홀로 꿰매면서 살아야 할 운명을 암시하는 듯하다. 흰 구름과 푸른 하늘에 불길한 기운이 감돌고 있는 정돈된 불국사의 공간은 조각보처럼 기워져 있고, 홀로 다보탑 울타리에 기어오르는 10대 소녀를 석가탑 앞에서 어른들끼리 희희낙락하는 모습과 격리시키듯 물청소를 하고 있는 관리인이 중앙에 그려진 그림에는 <인질>이라는 제목이 적나라하게 부가된다. 불길함과 황량함과 쓸쓸함이 합해지면 어떤 느낌이 들까?

 

  

                              

                           네 청년 불국사를 보고 나오다.  130x 162 Oil on Canvas  2008

 

<네 청년이 불국사를 보고 나오다>에서는 스산한 달밤에 유령들이 출몰하듯 실루엣처럼 처리된 청년들이 마치 허공을 걷듯이 푸르스름하게 미끄러운 주차장을 걸어 나가고 있다.

20년 전 영화 <델마와 루이스>에서 마지막 장면은 경찰에게 포위되어 전속력으로 탈주하는 허공에 걸린 자동차의 스틸 이미지이다. 이 스틸 이미지는 새로운 영토로 건너갈 수도 있다는 암시를 포함하고 있었기에 관객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뚫어줄 수 있었다. 그러나 조각난 시공간을 짜깁기하기에 급급한 현재의 20대가 탈주할 경우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작가는 어떤 에누리도 없이 <죽음을 기억하라>는 직설적인 경구를 제시한다. 실제로 세계 최고의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돌아볼 때 이런 직설적 경구가 과장스러워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죽음조차도 산만하고 짜깁기 방식으로 처리된다. 장례의 공간은 울퉁불퉁하고 스산하며 죽음의 비통함 때문에 발생하는 집중력조차 비좁은 언덕을 간신히 올라야 하는 통에 흩어져 버리며, 마지막 자리를 손질하는 인부의 거친 몸짓으로 인해 희화화되는 듯하다. 죽음조차 짜깁기되어 산만하게 처리되는 사회, 이런 사회에서 대체 존중되는 것이 남아 있을까? 존재론적 사건들과 사회적 사건들의 교차점을 포착할 수 있는 “사건의 논리”가 이렇게 파편화된 사회적 리얼리티를 그려내는 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대체 출구도 미래도 없다면 말이다.

그러나 매순간 생성되는 전개체적인 존재론적 활력 모두가 특정한 방식으로 개체화되는 것만도, 코드화된 사회적 관계망에 남김없이 포획되는 것만도 아니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들뢰즈가 말하듯 현실태는 유클리드적인 논리를 따르지만, 잠재태는 프랙탈하기 때문이다. 짜깁기한 시공간의 틈새 속에서도 삶의 활력은 진동할 수 있다. 유클리드적인 1차원과 2차원, 2차원과 3차원 ‘사이’에서 훌쩍 뛰는 순간 프랙탈한 활력들이 작은 <웃음>으로 무수히 터져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조각난 시공간 속에서 단지 제 몸뚱이 하나가 위치하는 장소만이 허용된 이들에게는 단지 제자리에서 스스로 뛰는 순간에만 웃음이 존재할 수 있을 따름이다.

언젠가 들뢰즈는 이주민은 정주할 영토를 찾아 멀리 떠돌아다니지만 자유로운 유목민은 제자리에서 뛴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탈영토화는 물리적인 영토를 이동할 때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이다. 오히려 자본의 엔클로우저에 의해 탈영토화가 강제될 경우 활활 끓어오르는 전개체적인 잠재력은 공간들 ‘사이’에서만 활성화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여자 혼자, 남자 둘이 제자리에서 폴짝 뛰며 웃고 있는 그림 <웃음>에는 스냅 사진 속의 순간처럼 희미하지만 “정지 상태의 변증법적 섬광”처럼 스쳐지나간 활력을 상기해 내려는 화가의 빠른 손놀림이 살아 있다. 출구 없는 상황에서 죽음을 기억해야 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웃음을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심광현의 전시서문 <죽음과 웃음의 교차로에 선 “88만원 세대”를 위하여>에서 발췌

 

작가약력
최진욱 (崔震旭 Choi, Gene-Uk)
1956 서울생
학력
1981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서울, 대한민국)
1984 죠지워싱턴대 대학원 회화과 졸업(워싱톤D.C., 미국)
개인전
1985 미국문화원, 서울
1988 갤러리현대, 서울
1991 예술의전당미술관, 서울
1994 갤러리이콘, 인사동이콘, 서울
1997 금호미술관, 서울
2002 금호미술관, 서울
2005 아르코미술관, 서울
2008 코리아아트센터, 부산
주요기획전
1984 제2회재미작가초대전, 한국문화원, 뉴욕, 미국
1986 서울의 봄, 서울미술관, 서울
1990 한국현대미술 90년대작가전,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1990 젊은 시각-내일에의 제안, 예술의전당 미술관, 서울
1991 동향과 전망, 서울미술관, 서울
1994 태평양을 건너서-오늘의 한국미술, 퀸즈미술관, 뉴욕, 미국
1996 동아시아 모더니즘과 오늘의 한국미술, 원서갤러리, 서울
1997 광주비엔날레 청년정신전, 광주교육홍보관, 광주
1997 우리문화유산-오늘의 시각, 성곡미술관, 서울
1998 새로운 천년 앞에서, 광주시립미술관, 광주
1998 매체와 평면, 성곡미술관, 서울
1999 산.수.풍.경, 아트선재미술관, 경주
2000 로마성년 세계현대미술전, 생루이센터, 로마, 이탈리아
2001 서울의 화두는 평양, 광화문 갤러리, 서울
2002 도시에서 쉬다, 일민미술관, 서울
2002 광주비엔날레, 5.18자유공원, 광주
2003 진경산수-그 새로운 제안,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004 구름 Rolling Space, 마로니에미술관, 서울
2004 부산비엔날레, 부산시립미술관, 부산
2005 베를린에서 DMZ까지, 서울올림픽미술관, 서울
2006 한국미술100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07 Hommage 100, 코리아아트센터, 부산
2008 전향기-김수영40주기추모전, 대안공간 풀, 서울
현재: 추계예술대학교 미술학부 서양화전공 교수
geneuk@hanmail.net
http://geneuk.egloos.com/
http://blog.naver.com/geneuk
 

 

 

대안공간 풀  서울시 종로구 구기동 56-13 (110-803) t:02_396_4805  f:02_396_9636  altpool@altpool.org  www.altpool.org

 




















'취업선배와의 대화'
안 봐도 비디오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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