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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일어난 진압전경의 촛불녀 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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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가해 2008. 6. 29.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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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경찰, 女 시위대에 또 '군홧발' 구타 >










청와대 "좀 더 단호히 대응할 방침"







아직도 상황파악이 안 되는 모양이다.
니들 다 '뒤질랜드'

아래 글은 허지웅의 글이다.
읽는 내내 눈물이다.
비슷한 상황이 있어서는 아니지만, 있는 그대로 이해가 되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맘과 아들의 맘이 다르지 않음을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부모의 안위를 걱정하게 하고 자식의 안위를 걱정하게 하는 이 정부 정말 싫다.










광장 위의 엄마

광장에서 엄마를 만났다. 전경버스를 잡아 끌어낸 직후, 교보빌딩 맞은 편 커피빈 앞에서였다. 목장갑 손으로 빗물 닦고 씩씩대는데 누군가 길 가는 내 팔을 덥석 잡아 쥔다. 엄마야 놀래라. 맙소사 엄마입니까. 네 엄마입니다. 내 눈 앞에 선 엄마는 초현실적인 엄마였다. 당황스럽다. 마냥 선량한데다 눈 나쁘고 체구마저 작은 중늙은이가 비를 맞으며 거기 서 있는 꼴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만 화를 내고 말았다.

아니 이 양반아 여기서 뭐하는 거야.
나도 그냥 한 번 나와 보았다. 저 도로 안쪽에 있다가 허리가 아파서 여기로 나왔어.
엄마 여기 있으면 내가 마음이 편치 않으니 빨리 들어가시오.
지금 이 시간에 뭘 타고 집에 가.
택시타고 가 택시. 아직 할증 안 붙었으니 빨리 타고 가.
택시는 무슨. 아무튼 내 걱정일랑 하지 말고.
아무튼 빨리 가. 지금 당장 가. 걱정 시키지 말고 지금 당장 가.

엄마를 뒤로하고 인파 속으로 다시 들어갔다. 마음이 편치 않다. 아니 노인네가 광장에서 뭐하는 거야. 피식했다. 그리고 동시에 진압이 시작됐다. 굉음이 터져 나왔다. 고함도 섞였다. 시민의 소리가 아니다. 학습된 함성이다. 전경이다. 미친 듯이 달려 들어온다. 쫓긴 자들이 좁은 길로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나도 퍼뜩 살아야겠다. 아우성이다. 저 앞에 곤봉질에 쓰러진 여성이 나뒹군다. 구르고 넘어지는 시민들이 부지기수다. 넘어진 사람 위로 전경의 방패와 곤봉이 날아든다. 강경진압이다. 전쟁터다. 그제야 눈앞이 새까매졌다. 아이고 나는 몰라 우리 엄마. 우리 엄마 서 있던 방금 그 자리가 벌써 전경들로 가득하다.

엄마를 찾아 종로 시청 바닥을 헤집고 다녔다. 진압은 조금 잦아들고 소강상태다. 전화를 걸어도 신호만 간다. 이게 미칠 노릇이다. 다시 걸었다. 다시 신호만 간다. 신호와 신호 사이 짧은 시간이 통일호의 속도로 미칠 듯이 늘어진다. 그렇게 지긋지긋한 신호만 스무 번을 듣고 나면 거의 반병신이 된다. 성큼성큼 발을 떼는 내 주위로 실신한 시민들과 의료진을 찾는 자들의 소음이 가득하다. 피를 잔뜩 흘리는 아저씨가 부축을 받으며 움직이고 있다. 눈앞이 다시 깜깜하다. 엄마 어디 있어 엄마.

이게 다 나 때문이다. 새끼가 걱정돼 나온 것이다. 하루 같이 광장을 쏘다니고 을 뱉어내니 덩달아 화가 난 것이다. 아들이 그러니 그런가보다 하고 나온 것이다. 아니 어쩌면 광장에 나서야 시민이라는
을 보고 나왔나보다. 지금 방관하고 나중에 새끼들에게 무어라 말하겠냐는 문장도 있었지 아마. 엄마도 시민이 되고 싶었을까. 새끼들 앞에 부끄럽지 않고 싶었을까. 그래서 여기 오면서도 미리 전화하지 않았을까. 엄마 다시는 이 블로그 들어오지 마시오. 엄마 같이 선량하고 순진한 사람이 광장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맞지. 그게 맞는 거지. 그러거나 말거나. 시민이고 뭐고 우리 엄마 다치면 나는 당장 죽어버리겠다. 아니 이건 흡사 도무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아들이 아닌가. 상냥하지도 못하고 돈을 많이 벌지도 못하고 자주 얼굴을 보이지도 못하는데 이제는 애꿎은 건강마저 위협한다. 그러다 문득 우리 엄마 다치면 병원비는 어떻게 하지. 생각이 미치자마자 입술을 깨물고 아 그것 참 창피하다. 그 상황에 하는 생각이라는 게 정말이지 비열해. 나는 정말 구제불능이었다. 거의 낙지볶음 먹고 싼 똥이다.

그러다 통화가 됐다. 엄마 어디야. 택시 잡아 들어가는 길이다. 전화를 왜 그리 안 받아. 시끄러워 전화 온 줄 몰랐는데. 태연한 엄마의 목소리.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기분에 휩싸여 나는 그냥 전화를 끊었다. 눈물이 빗물과 섞이니 덜 따갑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요즘 하도 재수가 사나워 마냥 불길했는데.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번에는 전화가 걸려온다. 엄마다. 전화를 받았다. 엄마랑 다시는 이야기 안 해. 목소리 듣고 싶지도 않아. 전화하지 마시오. 전화를 끊었다. 세상이 쉽게 바뀌지 않듯, 나는 여전히 구제불능이었다. 허지웅



<출처 : 허지웅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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