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청와대의 놈,놈,놈

기록방

by 한가해 2008. 8. 14. 16:15

본문

[성한용칼럼] 멍청한 놈, 영악한 놈, 비겁한 놈
성한용칼럼
한겨레 성한용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거꾸로 제작된 태극기를 흔들었다. 실수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한순간은 몇 가지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방송> 사장 해임 사태와 맞물리며 “나라를 거꾸로 되돌리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하고 있는 것 같다”는 혹독한 비판도 나왔다. 그런가?

사고의 직접 원인을 따져 보았다. 최소한 대통령 참모들의 문제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장에 있던 참모들은 아둔했다. 대통령 보좌는 언제 어디서나 완벽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문제의 태극기를 “외교부 사람이 대통령에게 건네주었다”고 변명한다. 하지만 대통령이 손에 쥘 태극기를 미리 점검하지 않은 잘못, 뒤집힌 태극기를 발견하지 못한 잘못은 청와대 홍보와 의전 담당자들의 책임이다.

사진을 빼 달라고 언론사에 전화를 건 참모들은 한심했다. 지금이 보도지침 시대인가? 그 사진이 끝까지 보도되지 않을 것이라고 정말 믿었단 말인가? 이명박 대통령은 이렇게 아둔하고 한심한 참모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대통령 중심제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물론 대통령이다. 그러나 정권이 실패하지 않으려면 대통령과 운명을 함께하는 ‘동지’들, ‘1급 참모’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는 ‘가신’들이 있었다. 최형우·김덕룡·서석재·권노갑·한화갑·박지원 등은 와이에스와 디제이의 분신들이었다. 이들은 충성으로 ‘주군’을 섬겼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도 안희정·이광재 등 측근들이 있었다. ‘가신’은 아니고, 가치와 노선을 공유한 사람들이었다. 노 전 대통령이 이라크 파병,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자 정태인 등 일부는 결별을 선택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측근들이 꽤 있었다. 이춘식·백성운·강승규·정태근·권택기·조해진 등이 정치참모 구실을 톡톡히 해 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이들을 몽땅 여의도로 보냈다. “청와대는 내가 있으니 됐고, 국회에서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는 류우익·곽승준 등 교수 출신 정책참모들로 청와대를 채웠다. 청와대는 정치적 판단 기능을 잃었고 대혼란이 일어났다. 그나마 쇠고기 파동으로 정책참모들을 몽땅 내보내고 나니, 청와대에는 정말 이명박 대통령 혼자 남게 됐다.

그럼, 지금 청와대와 정부 요직에서 일하는 참모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대략 세 부류다.




첫째, ‘멍청한 놈’이다. 실력이 없는데도 이런저런 인연으로 들어간 사람들이다. 이들의 특징은 홍보 논리와 정책 논리를 구분할 줄 모른다는 데 있다. 대선 과정에서 표를 모으기 위해 구호로 내세웠던 ‘좌파정권 10년 청산’을 정책에 진짜로 반영하려고 한다. 무식하니 용감하다.

둘째, ‘영악한 놈’이다. 이들에게 이명박 대통령의 성공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출세가 최우선의 가치다. 대통령의 ‘총애’를 얻으려 내부 ‘라이벌’을 견제한다. 권력투쟁에 강하다. 머리가 좋고 ‘위장’에 능하다. 그만큼 더 위험하다.

셋째, ‘비겁한 놈’이다. 직언을 하지 않는 대가로 정치적 목숨을 연명하는 족속들이다. 정권 내부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잘 알지만, 절대 말하지 않는다. 권력 핵심부 경력을 쌓아 더 좋은 자리에 진출할 생각만 하고 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내용을 잘 뜯어보면, 멍청한 놈, 영악한 놈, 비겁한 놈들이 힘을 합쳐 정권을 5·6공으로, 벼랑으로 몰고 가는 것 같다. 세 부류에 해당하지 않는, 괜찮은 참모들도 있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더구나 이명박 대통령은 사람에 대한 분별력이 떨어진다. 비극이다. 성한용 선임기자shy99@hani.co.kr



[한겨레 주요기사]
▶ 조중동 사주의 ‘광복절 특사’…‘신권언유착 시대’?
▶ 범국민행동, 해임되자마자 체포 “하이에나 검찰”
▶ 박성화호 ‘세골차 승리’ 기적이여 일어나라
▶ ‘바늘 투혼’ 역도 이배영 “죽어도 하고 싶었다”
















후떡 벗겨진 성 기자님의 빛이 부셔 눈을 못 뜨겠소~!
어둠을 찢는 빛 보내소서~!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