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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수로 잘리워진 산의 나무들

책가방

by 한가해 2009. 11. 1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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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소나무야 소나무야

조용히 감기를 다스리는 일요일로 마음을 잡았다.
2009년은 가끔 육체적으로 고통스러울 정도로 처리해야 할 일의 양이 많았고
돈도 못 버는 인간이 바쁘기는 구례에서 둘째라면 확 패버릴 정도로 싸돌아 다녔다.
11월이지만 12월까지의 에너지를 모두 소진한 상태다.
집에서 짧은 원고 2개만 처리하고 하루 종일 뜨거운 차 마시고 TV보면서 쉬는 일요일로
만드는 것이 나의 2009년 11월 15일 미션이었다.
목표한 그대로 실로 오래간만이자 기적적으로 오전 10시를 살짝 넘겨 눈을 떴다.
9시 넘어서까지 잠을 자는 기능을 상실했는데 이례적이었다.
커피물 올리고 인터넷 켜고 마당에 나와서 담배 한 대 피워 물었다.
전화가 온다. 광주in news 이상현 기자다. 일전에 화엄사 앞에서 인사를 나누었다.

"제봅니다."
"제보요?(당신이 기잔데 왜 나한테 제보를 하는게요!)"
"소나무 밀반출건인데 하도 기가 막혀서. 일요일인데 오늘 바쁘세요?"
"예, 두어가지 처리할 일이... (감기라 나가기 싫소. 나무 자르는 일이 어디 하루 이틀이욘 -,.-)"
"일단 메일로 사진은 좀 보내드릴께요."
"옙. 죄송함돠."

잠시 후 메일이 왔다. 사진을 확인했다.
모니터에 눈을 고정시키면서 전화를 했다.

"여기 위치가 어떻게 됩니까?"

확 추워진 날씬데 감기 다스리기는 틀려버린 것이다.

















4dr@naver.com








주변에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있지만, 대략 사교육에 종사하는 이들과 보험회사에 종사하는 이들, 그리고 건설회사에 종사하는 이들이 태반을 이룬다. 먹고 살 길이 막막하기 시작한 시점에 학교를 떠났고 사회에서 먹고 살 일을 찾다보니 눈에 들어오는 직장은 영업직과 학원이 주를 이룬 게 그 이유일 것이고, 전공이 토목이라 많은 분들이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업을 예찬하는 내가, 아침잠이 많은 내가 7년을 건설밥 먹었다면 다들 놀래기 일쑤지만 한두 번 빼곤 시간을 엄수했고 열심히 굴파고 다리놓는데 긴 시간을 보냈다. 막장이라고 칭하는 건설현장에 종사하는 분들, 특히 그 시기 회사가 부도나서 사업이 망해서 흘러들어오신 분들이 많았던 현장에선 재기를 노리는 신참들이 많았었다. 그 중 장비기사님들과 친했는데 돈되는 일은 물불 안 가리고 덤벼드는 그들을 난 독종이라고 놀려대며 같이 시간을 보냈다. 모든 문제는 먹고 사는 걸로 귀결되는 그들의 의식에 환경은 배부른 남의 나라 얘기였을 것이다.

산 주인은 산에 있는 나무를, 그것도 신목神木을 고가에 팔았고 그걸 산 나무의 주인(?)은 장비를 대동해 벌채해 구매자에게 팔아 조경까지 해줄 요량이었을 것이다. 그깟 벌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나무의 주인(?)은 불청객 시골마을 이장의 제지에 불쾌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내 것 내가 파다 팔겠다는데 당신이 뭔데 참견이야, 아마 이게 속마음일 것이다. 그나 법은 그걸 막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의 이동을 막는 법이니 이것 또한 모순이라며 재산권 침해 어쩌구 해서 헌법재판소에 재소할지 모를 일이다.

산림은 공공의 재산이다. 개인이 소유했을지라도 개인이 함부로 처리하지 못할 공공의 재산, 공동의 재산이다. 

추석 성묘를 위해 금초를 간 선산은 벌목으로 다 파헤쳐져 있었다. 봉분에 햇볕이 들지 않아 업자에게 벌목하라고 시켰다니 이 또한 산림법 위반일 터, 시골 양반께서 행정업무를 처리하셨을리 만무이니. 선산은 벌거숭이가 됐고, 가족묘니 납골묘니 비석은 어떻고 조경은 어떻다는 얘길 풀어놓는 노친네의 말이 귓등으로 흘러간 기억이 있다. "이런 무지막지한 벌목이 어딨냐?"고 한 마디 던졌으나 업자가 주고 간 돈을 만졌을 노친네는 역시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리셨다.

대대적으로 벌어지는 4대강사업의 폭력에 또 어떤 생명체가 유린당할지, 적법한 행정처리를 통한 무자비한 폭력은 이제 전 국토를 대상으로 메스질을 할 것이다. 낙동강도 금강도 한강도 다 메워지고 파헤쳐지고 뭉게지고 할 것이다. 합법이란 이름 하에 벌어지는 살생은 공공의 재산을 무가치하게 만들 것이다. 익숙함과 존경이 함께 하기엔 이 mb정부는 너무 무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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