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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안겨준 허무주의

그림방

by 한가해 2009. 5. 8.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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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Lehzin님 블로그>






















은근히 중독성 강한 구성의 글이다. 예전에도 이런 비슷한 댓글들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래두 안되지 말입니다.' 버전 말이다. 옳은 말, 그 뒤에 옳지 못한 행동, 그리고 자포자기. 그러나 자포자기하는 독백이 비장하지 않고 그냥 허하다. '그래, 나두 내가 안 된다는 거 알아.' 뭐 이런 뉘앙스다. ^^; 그런데 더 슬프다. 슬픈 미소 속에 일찍 꿈을 접게 된 아픔 같은 게 느껴진다.

6~70년대 죽을둥 살둥 하루 17~8시간 일하면서 쌩고생을 해도 커가는 아이들 보며, 늘어나는 통장 잔고 보며, 넓어지는 집을 보며 참아내고 참아냈던 산업역군의 풍모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그 시절 말씀하시면서 "세상 좋아졌지." 탄식하시는 분들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분장실 강선생님 말씀처럼 "그래, 니들이 고생이 많다." 인정하신다. 그만큼 먹고살기가 예전만 못하거나 팍팍해졌단 얘길 것이다.

개천에서 용 나던 시대는 끝났다. 부는 교육을 통해 세습되어지고 있고, 없는 살림에 먹고 살기도 버거운 사람들에게 용 되기란 이젠 상상 속에서나 있을 법한 얘기다. 뭐 이런 거야 그러려니 하면 된다. 근데 도덕적으로 천벌을 받을 놈도 법을 무시하면서 법치주의를 입버릇처럼 내뱉는 놈도 떵떵거리며 잘 살고 있는 꼴을 보고 있으면 불편하다 못해 내가 뭐하는 짓인가 싶은 처연함 같은 게 물밀듯이 밀려온다. 이게 바로 허무다.

(쓰다만 얘기) ㅡ,.ㅡ;; 바이어 공장방문에 임시 글을 접었다능~!

어쨌거나 저쨌거나, 촛불 덕인지 우리 사회는 뒤는 아니어도 자신을 돌아볼 성찰의 시간을 가졌고, 재보선에서 일단 미비하나마 성찰의 결과를 표출했다. 안티 2MB, 안티 딴나라당이라지만 지역색은 여전히 화려한 자태를 뽑냈고, 와중에 진보신당 조승수 후보도 민노당과의 어쩌구 저쩌구 끝에 당선됐다. 이 와중에 별 희깐한 소리를 김민웅은 지껄였지만 그런 후진성이야 언제고 있어왔으니 역시 맘쓰지 말고 접어 두자.

그러나 아직 불도저식 상황판단력은 위엄을 잃지 않고 당당하게 기세를 떨치고 있고 정계개편을 노리는 모리배들이 난무하는 그야말로 허무한 시대라 아니할 수 없는 지경이다. 발빠르게 금산분리 완화를 밟아가고 있는 국회 조무라기들과 녹색성장을 둘러쓰고 자전거길을 맹글겠다고 소리높여 외치고 있는 4대강 정비사업은 푸른 강산을 파헤칠 준비를 마친 듯하다. 아, 얼마나 더 허무하랴. 오호통재라.

열심히 해야 뭐라도 된다. 그게 똥이든 된장이든 아무튼 '열심히'가 전제되야 일이 성사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난 열심히 하지 않는다. 나말고도 열심히 안하는 사람들 부지기수다.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위해 열심히 살아야 하는데, 열심히 하지 않는 세상인 줄 알고 열심히 안 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런 세상이 아직 도래하지 않은 걸 알면서도 게을러서 열심히 안 하는 나같은 놈도 있다. 어휴.

부지런히 살지 않겠다고 부지런해야 하는 이 뭐 개떡같은 세상에 누굴 탓하고 누굴 원망하랴. 부지런은 못해도 생각하고 살려고 노력은 하자. 그 생각이란 게, 먼 미래에 자식새끼들 좋은 대학 보내고 일류기업 취직시켜 부잣집 며느리 얻어 분가시키고 노후에 요양원이나 들어가지, 같은 게 아니다. 그 고리를 끊을 수 있게 좀 적게 먹고 적게 쓰는 생활을 했을 때 들어가는 비용은 어떤 건지. 늙어 병들고 아플 때 약간의 비용으로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식들 줄세우기 시키지 말고 사회성 키우려고 학원보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곰곰히 생각하자. 그러면 정말 열심히 살지 않아도 될 그런 사회가 오지 않겠는가. 난 그런 세상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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