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박깜박. 나이는 핑계, 술을 줄이자

 

 

 

 

 

 

 

 

 

 

 

 

세 시간 장작 좀 팼더니 허리가 쑤신다.

톱밥도 먹었겠다, 하루 일당도 했겠다, 소주 한 잔 해야지.

자고로 먼지에는 기름이 제격이거늘.

 

화목보일러에 불 지펴놓고 올라가 고기를 굽는다.

아버지 대부(성당 전도)께서도 동석, 화기애매하게 한 잔.

다른 술친구분들은 대천으로 민정당 후신 무슨 대회에 참석차 가셨단다.

그나저나 간만에 먹는 고기가 맛나다.

 

어머니, 앞에 소주병을 두고 소주를 찾으신다.

아, 핸드폰 들고 휴대폰 찾는 격이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외조모 치매로 돌아가신 후 부쩍 건망증에 힘들어 하시더니 스트레스는 털어버리신 듯하니 그중 다행.

주변에서 신경쓸 일 아니니 걱정 말라는 추임새가 나름 도움이 된 듯하다.

 

근데 했던 얘기 또 하고, 했던 얘기 또 하고.

술 한 잔 들어가심 변함없는 레파토리, 토시 하나 틀림없이 한 달 이상 얘기하시는 아버지.

나의 미래, 아버지의 모습.

 

나도 조만간 같은 모양새로 그 좋은 술자리를 맞이하고 있겠지?

미리 얘기해두자,

여보게들, 날 거울삼게들.

그대들도 멀지 않았으이.

 

문익점이 들여온 모카 잘들 마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