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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살둔 제로에너지하우스, 자주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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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가해 2011. 12. 1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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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둔 제로에너지하우스, 건축비도 저렴
에너지 안 쓰고 안 새는 집, 함께 지어요
황경의, 정택용 기자
기사입력: 2011/11/12 [23:45]  최종편집: ⓒ 자주민보

한겨울 영화 20도로 떨어져도 실내 온도는 20도… 연료비 ‘제로’


‘사람이 기대어 살만한 둔덕’이란 뜻을 지닌 강원도 홍천의 작은 시골마을 ‘살둔’. 굽이굽이 흐르는 내린천이 감싸 안은 살둔마을은 요즘 가을 단풍이 절정이다. 그래서 가을에 트레킹하기 좋은 곳으로 꼽힌다.


이런 살둔마을엔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유명한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살둔제로에너지하우스’다. 제로에너지하우스란 냉난방을 위해 석유 같은 화석연료를 쓰지 않아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다(제로)란 뜻이다. 좀 더 엄격히 말하면, 집안의 열이 밖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최대한 차단해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도 실내 온도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패시브 하우스’다. 이 패시브 하우스는 평방미터당 연간 15킬로와트 이하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여느 주택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의 8분의 1에서 10분의 1이면 충분하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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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구상한 제로에너지하우스


이 집의 실내 온도는 늘 22도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겨울이면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강원도 산골 살둔마을에서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진보정치>는 지난달 31일 ‘살둔제로에너지하우스’를 직접 설계하고 지은 이대철(66세)씨를 만나 그 비법을 들었다. 물론 그 집에 사는 즐거움도 오롯이 함께.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써준 ‘살둔제로에너지하우스’ 푯말이 걸린 집의 첫 인상은 특별하지 않았다. 지붕에 태양열 집열기가 설치된 것 말고는 꽃들이 진 넓은 뜰, 가지런히 정돈된 장독 등이 잘 갖춰진 한적한 전원주택 같았다.


하지만 ‘살둔제로에너지하우스’는 화석연료와는 결별하겠다는 이 씨의 철학이 그대로 담긴 집이다. 그는 지난 10여 년 동안 에너지 관련 서적을 1천 권 이상 읽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에너지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화석연료는 한정돼 있다. 석유는 30~40년 뒤엔 고갈된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에너지원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알게 되니 ‘에너지주권’이란 거창한 말을 쓰지 않아도 다가올 에너지 위기에 대비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기본적으로 에너지를 적게 써야겠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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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런 생각을 오롯이 담아낸 게 ‘살둔제로에너지하우스’다. 이 집은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려면 집이 기본적인 역할을 충실히 하도록 지어야겠다’는 구상에서 출발했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려고 단열재를 충분히 넣고, 쾌적한 실내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창문 크기와 위치를 조절했다. 태양열과 채광을 최대화하기 위해 평면 설계를 하는 등 ‘기본이 튼튼한 집짓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독일, 영국 등의 패시브 하우스 관련서적을 탐독하며 “우리 기후에 맞춰 패시브 하우스를 한국화하는 게 가장 과제였다”는 이 씨. 집을 구상하고 설계하는 데 10년이 걸렸지만 터를 잡고 실제 집을 짓는 덴 불과 2개월 남짓 걸렸다고 한다.



에너지 안 새고 안 쓰는 집… “기본 튼튼히”


이 씨는 ‘에너지 안 새고 안 쓰는 집’의 비법 몇 가지를 소상히 소개했다. 먼저 그는 “단열을 얼마나 잘 하느냐가 중요하다”며 “패시브 하우스를 짓는데 SIP(구조단열패널)만한 게 없다”고 말했다. 그가 쓴 SIP는 위아래에 특수합판을 댄 스티로폼으로 두께가 24㎝ 정도 된다. 그는 기존의 미국 SIP를 활용, 살둔제로에너지하우스에 맞는 SIP를 만들기 위해 발품을 들였다.


그가 두 번째로 강조한 것은 ‘열 회수 환기장치’다. “집이 건강하려면 숨을 쉬어야 합니다. 그런데 패시브 하우스는 밀폐가 잘 돼 있으니 인위적으로 꼭 필요한 만큼 숨을 쉬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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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회수 환기장치는 실내의 탁한 공기를 밖으로 배출할 때 열기를 간수해 실외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찬 공기를 데워주는 역할을 한다. 이런 장치를 통해 실내 공기는 쾌적하면서도 늘 일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이 씨는 창문 크기와 배치에도 남다른 신경을 썼다. 그는 “유리창은 벽면에 비해 단열성이 20분의 1에 불과하다. 햇빛이 들어오는 통로이긴 하지만 가능하면 작게 설치해야 한다”며 “남쪽 창문의 경우 집 면적의 12% 내외가 적당하다”고 강조했다.


또 ‘살둔제로에너지하우스’의 실내 황토벽과 타일 바닥은 실내로 들어온 열을 저장하는 ‘열저장체’ 역할을 하도록 했으며 보조 열원으로 베치카를 설치했다. 베치카는 땔감 10㎏을 태우면 이틀 정도 열이 보존된다. 그리고 온수를 쓰기 위해 지붕에 태양열 집열기를 설치했다.


결국 ‘살둔제로에너지하우스’가 외부에서 공급받는 에너지는 한국전력의 전기뿐이다. 실내 공기질 유지를 위해 설치한 부엌의 전기조리대 등 전자제품을 사용하는 데 드는 전기요금은 월 5~6만 원 정도다. 이게 이 집에 드는 에너지 비용의 전부다.


이 씨는 지난 9월 대규모 전기 공급 중단사태를 보면서 전기마저 자립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국가 전체의 전기가 셧다운(가동 중단)되면 원상회복하는 데 1주일이 걸린다. 심각한 문제다. 지난 9월 셧다운을 보면서 에너지 독립에 대해 구상을 하고 있다”며 “태양광 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해 에너지 독립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로에너지하우스 만족도 “90점”


이 집을 짓기까지 과정을 열정적으로 설명한 이 씨에게 “3년째 사는데 만족하시냐?”고 물었더니 그는 대뜸 “90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살 집을 짓는 데 대한 만족감이 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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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무척 좋아했던 그는 아내 박 랑 씨와 함께 전국 곳곳을 다녔다. 그리고 노후를 보낼 곳으로 살둔마을을 택했고 제로에너지하우스까지 지었으니 그는 꿈을 이룬 행복한 사람이었다. 그는 “집안 공기가 자동으로 환기되니 굉장히 상쾌하다. 난방을 하지 않는다는 자부심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라며 환하게 웃었다.


여기서 그는 또 다른 꿈을 키우고 있다. 제로에너지하우스를 지은 비법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다. 그래서 매월 1회 워크숍을 열고 있다. 지금까지 11회에 걸쳐 330명이 교육을 받았다. 이달엔 12~13일 열린다. 앞으로 그는 집 아래에 패시브 하우스 체험관을 지어 교육 횟수를 늘릴 계획이다.


이에 앞서 그는 2009년 1월 집을 완성한 뒤 일반인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패시브 하우스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 함께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 이 집을 계획할 때 목표는 제로에너지하우스를 지어 강원도 농민들에게 보급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자재를 표준화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쉽게 강원도 농민들이 집을 보러온 경우는 많지 않다. 그보단 환경·건축 등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나 농촌진흥청, 홍천군 등 관청에서 보러 오는 일이 많다.


또 가끔은 이 씨의 제로하우스를 본떠 짓는 경우도 있다. 충북 음성에선 곧 ‘살둔제로에너지하우스’ 3호가 완공될 예정이다. 3호 집의 주인은 채제천 단국대 교수. 채 교수는 “고유가 시대에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려는 가정의 노력이 필요해 짓게 됐다”며 “단열, 기밀성을 유지하면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채 교수는 “에너지 위기에 미리 대비하기 위해 패시브 하우스를 확대해야 한다. 이런 집을 짓는 건 굉장히 보람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 패시브 하우스 제도화에 앞장을”


사람들은 패시브 하우스는 일반 주택보다 건축 비용이 비싸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씨는 “보통 집을 지어놓고 단열재, 좋은 유리창을 붙이니까 인건비, 자재비가 30% 더 든다. 처음부터 패시브 하우스에 맞는 재료를 선택하면 비용이 더 들지 않는다. 결국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씨는 얼마 전 홍천에 사는 한 지인이 패시브 하우스를 평당 320만 원에 짓기로 계약한 사실을 알려줬다. 보통 목조 주택이 평당 400만 원이라고 하니 비용면에서 경쟁력이 있단 얘기다.


그는 패시브 하우스를 짓는 이들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가장 강조하는 것은 “작고 간단히 지어라.” 그래야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그는 “요즘은 단순한 것을 아름답게 봐주지 않는 세상이 돼 그것을 극복해야 하지만…. 1천년 전에 지은 부석사 무량수전의 지붕이 단순하지만 그것을 보고 디자인이 볼품없다고 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얼마나 우아하고 아름답냐”고 덧붙였다.


그건 ‘살둔제로에너지하우스’를 지으면서 실수한 것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살둔제로에너지하우스’는 낮에 채광을 높이기 위해 천창을 만들었는데 그만큼 열 손실이 많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지붕에서 가장 먼저 세는 곳이 천창이 될 것”이라며 “지붕은 텐트처럼 박공으로 하는 게 가장 좋다”고 귀띔했다.


끝으로 그는 민주노동당에게 “패시브 하우스가 널리 퍼지게 도와 달라. 독일도 관공서부터 패시브 하우스로 짓기 시작해 정착됐다. 민주노동당이 공공예산으로 짓는 모든 건물은 패시브 하우스로 짓도록 제도화하는 데 앞장서 달라”고 간곡히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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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경의 기자 Kehwang@kdlpnews.org
사진= 정택용 기자 mipaseok@kdlpnews.org








아니 집보다 작업장이 더 구미가 당기는 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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