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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개껌~!

음악방

by 한가해 2009. 4. 1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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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겨레 유머, 게시 이유는 소비자 협박 하는 도미노 피자>







신촌Blues1집, 봄비(박인수)

 





제법 굵기가 굵다, 바닥을 내리치는 강도 역시 매섭다. '저런 비 맞아야 날궂인데' 뜬금없는 상상. 사무실 자체가 궁처럼 안에 콕 박혀있어 외부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화장실을 가야만이 알 수 있다. 그 흔한 생수통도 없는 사무실에서 화장실을 갈 일은 참 드물고 드물어 밖에 그리 많은 비가 오고 있는 줄을 몰랐다. 뭐 저녁이면 그치고 기온이 낮아져 추울 거라던데 좀더 내리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제, 아니지 엊그제 개꿈을 꿨다. 좀처럼 꿈을 생각해내지 못하는 내가 이 개꿈만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정말 지랄같은 개꿈이었다. 어두컴컴한 집안 한가운데 평상이 놓여있고 출입문을 통해서만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출입구의 반대편으론 음식을 해먹을 수 있는 부뚜막과 찬장이 있었고, 그 옆으로 닭장이 있었으며, 닭장 밖으로 오리지날 황구가 어그적어그적 뼈를 씹고 있었다. 나말고 다른 사람이 몇 있었던 거 같은데 그들이 누군지는 전혀 생각이 나질 않는다. 다만 나와 표면적으론 가까운 사이인 듯한데 그리 친하고 싶지는 않은 부류였다.

평상 위에 누웠다고 식사때문인지 앉았는데, 뼈를 씹던 개가 어슬렁어슬렁 평상에 걸터 앉은 내 주변으로 왔고, 그제서야 그 개가 좀비 황구인 걸 알게 되었다. 덴장, 많고 많은 것 중에 좀비라니. 요근래 좀비에 관한 걸 본 적도 없거니와, 아 글 중에 좀비라는 단어를 본 적이 있긴 있었던거 같다. 한윤형의 글이었던가... 아무튼 속으로 무쟈게 쫄았으나 겉으론 호기스럽게 내 옆에 다가와 앉은 넉살좋은 이 녀석의 뒤통수를 밀었다. 저리 가라는 소심한 밀침이었다. 그런데 목이 꿈쩍을 안하는 거다. 이런 신발.

예전 주먹 다툼이 있기 전, 그러니까 상호 간의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을 때, 적의 기를 죽이기 위해 선방 비슷하게 복부에 가볍게 쨉을 날리거나 어깨를 밀쳐 기선을 제압하는 게 있다. 근데, 살짝 접촉됐던 복부가 돌댕이거나 무게를 실어 밀었던 어깨가 미동도 하지 않을 때, 이는 역으로 기선을 제압당하는 꼴이 된다. 한마디로 '꼬라지 하고는' 되겠다.

이 좀비 황구에게 그짓을 했다가 역으로 속에만 잠재되어 있던 겁은 얼굴로 표출되었고 미동도 하지 않는 좀비 황구로부터 슬금슬금 물러나는 꼴을 보이게 되었다. '뭐 이런 게 다 있어?'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고 달리기로 개를 이기겠다는 생각은 개에게 허벅지를 물려본 그 어린시절에 애시당초 접었기에 좀비 황구의 접근방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시선을 떼지 않고 난 뒷걸음질쳐야만 했다. 그러다 깬 기억인데, 정말 땀 꽤나 흘렸다.

'몸이 허한 게야.' 그러나 나의 몸은 스물스물 불어나 있었고 쫘악 편 무릎 붙은 발을 손으로 잡기 버거워지고 있었다. '그럼 뭐지? 정말 개꿈인가? 오늘 무슨 일 있는겨?' 상상의 나래는 그칠 줄 모르고 불안의 불안을 거듭했다. 암튼 불안은 불안을 먹고 증식한다. 덴뿌라. 그 이후로 또 등장할 것 같은 좀비 황구는 어제 등장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등장하지 않았음 좋겠다. 이 글 괜히 쓰고 있는 건가? ㅡ,.ㅡ;; 자꾸 생각나네...

좀비와 황구의 겹침은 어느 좀비영화에서 본 듯한데, 이 꿈의 교훈은 '안 무서운 척하지 말자' 이다. 무서우면 무서운대로 가벼우면 가벼운대로 살자. 어깨에 힘주고 살다 어깨만 망가질 뿐이지. 턱주가리에 힘주고 산다고 안될 거 되거나 하지 않잖아. 그냥 있는대로, 생긴대로 살자. 그게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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