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미분되지 않는다. 분급이라니?
페이스북을 보다 깜짝 놀랄 기사를 봤다. 자살한 삼성전자서비스 직원이 지난달 말 받은 월급이 45만원이라는 것이다. 최저임금의 절반도 안 되는 돈이라니.... 더 놀란 것은 그 급여 체계가 ‘분급(分給)’, 즉 분당으로 급여를 받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러니 이동시간, 수리 준비 시간 등을 다 빼고 오직 전자제품 고치는 시간만 계산해서 1분당 225원을 받는단다. 시급으로 따지면 13,500원이라서 최저임금보다 두 배나 더 준다고 자랑이라도 할까 무섭다. 그나마 노동조합 활동을 한다고 작업량을 의도적으로 적게 배정해서 45만원 밖에 받지 못하게 했다.
자본을 가진 자들의 수익창출을 위해 노동자들이 제일 꾸준하게 한 일이 노동시간 단축과 최저임금보장이다. 가진 것이라고는 몸뚱아리 하나 밖에 없는 노동자들은 내일도 내년에도 꾸준하게 노동을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휴식이 필수적이다. 쉬는 것도 노동의 한 부분이라는 사회적 합의 속에서 근로시간을 법적으로 정한 것이다. 근로시간을 줄이면서 임금체계도 주급에서 월급으로 점차 늘어났다. 급여주기가 늘어나는 만큼 노동자들의 삶도 자유로워 졌다. 이런 변화와 발전의 과정이 200년 넘는 기간 동안 전 세계적인 흐름이었다.
하지만 2014년 한국의 소위 일류기업은 이런 200년의 역사를 훌쩍 거슬러 버렸다. 협력업체를 양산하여 비정규직화를 확대하고, 이들에 대해 분급을 적용하는 노예에 가까운 착취를 경영합리화라는 미명하에 자행하고 있다.
자본의 탐욕은 환율이 0.01원 단위로 나뉘는 것처럼 인간의 삶이나 노동의 계산도 1분 단위로 혹은 1초단위로 나눠서 사용할 수 있기를, 그것을 제도가 인정해 주기를 욕망한다. 인간은 이런 욕망 아래서 빌려 쓰는 컴퓨터 프로그램처럼 취급될 뿐이다. 그들의 사용하지 않는 나머지 인간의 삶 전체에 대해서는 깡그리 무시하려 한다.
하지만 인간의 삶은 한 부분만 자를 수도 미분할 수도 없다. 인간은 오직 온전한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살아간다. 그런 인간의 온전한 삶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현대의 민주주의 국가의 출발점이며, 전 세계가 합의한 ‘인권’이다.
국제 표준인 ‘인권’이 왜 삼성전자서비스의 급여규정 앞에서 멈춰 설 수 밖에 없었을까? 분급의 칼날이 노동자의 삶을 면도날로 갈기갈기 잘라 나가는 동안 정치는, 시민사회는, 심지어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
협동조합은 국제 표준인 ‘인권’과 ‘민주’라는 상식이 기업경영에도 도입되어야 한다는 상식을 훨씬 일찍 깨닫고 170여 년 전에 시작되었다. 하지만 200년 이상을 거슬러 가버리는 이 땅의 일류기업의 비상식이 자해되는 현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새삼스레 노동운동과 협동조합운동이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함께 출발했다는 말만으로는 이 황당한 마음을 가눌 수 없다.
삼성전자 임원의 평균 연봉은 53억 원이다.
2014. 06. 17
(사)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 김기태
덜 떨어진 자부심, 알량한 자존심 지키자고 봉건왕국에 살고 있는 재벌, 삼성.
3대째 세습을 이어가는 정은이와 친구 먹을 재용이.
꽉 막힌 조부와 부친을 둔 덕에 답해야 할 게 너무나 많다.
조부야 그런 시대에 살았다치고 부친이야 효자라고 치더라도,
민주화시대에 글로벌한 기업 날로 먹으려는 죄를 사하기 위해서라도,
이재용, 서비스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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