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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즈의 일관성

그림방

by 한가해 2009. 4. 2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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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다짐|작성자 한가해









갈대밭으로 유명한 이 산은 보령과 광천 사이에 우뚝 솟아있다. 800 고지에서 조금 모자란 이 산의 오르는 길은 대여섯 개 정도 되는 듯했다. 그 중 주차장이 세네 군데였으나, 네비만 신봉하고 간 우리는 그칠 줄 모르는 수다에 주차장을 지나 등산로 입구 푯말을 발견, '여긴갑다' 부랴부랴 지나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입산 전 볼일을 본 후 이정표를 따로 올랐다. 이 산을 올랐던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물어 오르려 했으나, 그는 광천 쪽에서 올랐던 것이고 여긴 청소 쪽이었다.

산을 좋아하는 친구와, 산보다는 친구가 좋은 친구와, 산과 친구를 좋아하는 친구가 산을 오르기 시작한 건 12시 정각. 입구에 서 있는 산행표시판엔 우리의 코스가 '2'임을 알려주었다. '1'과 '3'보다는 길이상 짧았지만 그건 능선이 아닌 계곡을 타기 때문이라고, 우린 후회하기 시작했다.

"다시 빠구할까?"
"저기 휴양림 쪽으로 갔어야 됐는데."

때늦은 후회해서 무엇하리. 그냥 못 먹어도 고다.
천천히 타겠다고 미리부터 선포를 한 산을 좋아하는 친구와 산보단 친구를 좋아하는 친구에 탬포에 맞춰, 느릿느릿 산을 오르기 시작했고 폭풍 전야 듯 오르는 데 그리 큰 부담은 없었다. 말라 비틀어진 대나무를 지팡이 삼아 오르고 올라 전망이 탁 트인 곳에 도착했다. 아마 계곡 끝, 능선 시작인 지점 같았다.


이렇게 안 보일 줄이야. 운무가 낀 듯 가시거리는 형편없었지만 실제 눈으로 보이는 서해바다는 압권. 용못이라는 저수지도 보이고, 강이라 하기엔 작은 개천줄기도 보이고 장항선 철로에 저 멀리 보령화력발전소 굴뚝 역시 보였다. 폰카로 설명하기엔 역부족이구만.


산등성이 곳곳에 산벚이 어찌나 많이 폈던지, 여기저기 하얗고 붉으스름한 뽀송뽀송한 빛깔은 산을 왜그리 먹을 거 바리바리 싸들고 오르는지 이유를 알게했다. 가을은 여기저기 붉게 타는 빛깔에 환장들 할 꺼 아냐. 그러니 잎사귀 바싹 마른 봄가을로 산불이 장난 아니지. 어찌나 가뭄이 들었던지 양봉하시는 분 말씀이, 꽃이 물을 못 먹으니 시들시들해서 벌이 없다는 소릴 하신다고 한다. 다행인 건 용험한 오서산 산신령님 덕에 월요일 하루 쌈박하게 비가 왔다. 해갈엔 무쟈게 도움될 듯.


그런데 의외로 찾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갈대로 유명하니 가을만 붐비나 싶었다. 나야 뭐 사람 적어 좋았다만. 산길에 쌓인 낙엽이 푹신푹신 발의 충격을 많이 완화해줘 이런 산 타본지 언제였지 싶은게 너무너무 황홀. 오서산은 가을 피해 봄에 와야지. 정상이 전부 철쭉군락이었으니 다음 달 이맘 때쯤이면 입 찢어지겠더라. 그 황홀함은 어떨까? 오줌 찔끔? ㅡ,.ㅡ;; 기저귀 차고 가지 뭐.

산을 좋아하는 친구가 디카를 들고 와서 폰카 찍을 일이 없어 자료화면이 무지 부실한데, 산악자전거를 끌고 올라오신 분도 계셨고, 오서정에서 만난 중년의 동창생들도 뵈었다. 맛있게 드시고 계시던 김밥. 배부르신 거 같던데, 남는 김밥 한 덩이라도 주실 줄 알았으나, 덜 부르셨던가 보다. 휴게소에서 김밥 준비를 했어야 됐는데, 휴양림 밑에 김밥집 없을까,하는 오지랖에. 미안타, 니들이 고생이 많다.

다음엔 꼭 도시락 준비해서 가자. 가방은 역시 내가 들으마.



사족, 사진찍기 놀이. 포즈는 차렷자세, 표정은 조금은 상기된 앨범표정.
벤치에 앉아 여럿이 같이 하면 찍사, 배꼽 빠지겠다. ^^; 웃음 많은 난 죽었다 깨나도 그 표정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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