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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태운 것도 놀라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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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가해 2009. 1. 27.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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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라! 다음 차례는 바로 당신이다"
불로 시작해 불로 끝난 무자년…기축년은?


2008년 무자년(戊子年)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을 열흘 남짓 앞둔 지난 2월 7일 시작했다. 잘 알다시피 2008년은 '쥐의 해'였다. 많은 누리꾼이 이 대통령을 특정 동물에 빗대 풍자해온 상황을 염두에 두고, 그의 취임 첫해를 상징하는 동물이 하필이면 '쥐'라는 사실부터 기억하자.

불로 시작해 불로 끝난 무자년

▲ 설날 연휴의 마지막 날인 2008년 2월 10일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문화재로 여기는 숭례문이 어처구니없는 화재로 전 국민이 바라보는 가운데 소실되었다. 이렇게 시작부터 대한민국을 공격했던 화마는 결국 무자년이 끝날 무렵인 지난 1월 20일 여섯 사람의 생명을 앗아갔다. ⓒ뉴시스

무자년은 시작부터 불길했다. 설날 연휴의 마지막 날인 2월 10일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문화재로 여기는 숭례문이 어처구니없는 화재로 전 국민이 바라보는 가운데 소실되었다. 이렇게 시작부터 대한민국을 공격했던 화마는 결국 무자년이 끝날 무렵인 지난 1월 20일 여섯 사람의 생명을 앗아갔다. 무자년은 이렇게 화마로 시작해 화마로 끝났다.

이를 놓고 <프레시안>의 한 기자는 한 역술인의 경고를 떠올린다. "한 역술인이 이런 얘기를 했다. 이명박 대통령 사주에 '화기'가 많다고. 그래서 임기 중에 불과 관련된 사고가 잦을 거라고. 또 이런 이유로 한반도 대운하처럼 '물'에 집착하는 거라고. 무자년의 시작과 끝에 일어난 끔찍한 화재를 보면서 이 얘기가 머릿속에서 계속 맴돈다."

이뿐만이 아니다. 숭례문 화재와 용산 참사는 화재 외에도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용산 참사를 보도하면서 일부 외국 언론이 날카롭게 지적했듯이, 두 사건 다 개발을 한답시고 서민의 삶의 터전을 강제 수용해온 관행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잘 알다시피 이 대통령은 역대 정부와 유착해 그런 관행을 다지는 데 기여한 기업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한 기자는 용산 참사를 놓고 이렇게 말한다. "용산 참사는 이명박을 마스코트로 하는 '한국형 자본주의'라는 괴물이 도시 빈민부터 시작해 아래로부터 사람들을 덥썩덥썩 잡아먹을 것이라는 사실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이명박이 이 괴물의 마스코트라는 사실은 '뉴타운'을 통해 확인된다. 슬프게도 이 괴물은 호위대까지 끌고 다닌다. 경찰, 검찰, 언론이 그들이다."

불길하게도 이명박 대통령과 일부 여당 의원들은 "전국에 망치 소리가 들리게 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괴물의 활약이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또 다른 기자의 말이다. "그 망치 소리와 함께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괴물에게 갈기갈기 찢길 이들이 방방곡곡에서 내는 고통의 신음이 도처에서 들릴 것이다. 난 아니라고? 안심하지 말라. 다음 차례는 바로 당신일 수 있다."

▲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의 첫 사업인 낙동강 안동2지구 생태하천 조성사업이 지난해 12월 29일 경북 안동시 운흥동 낙동강변 둔치에서 착공식을 가졌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전국에 망치 소리가 들리게 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뉴시스

퇴행하는 민주주의, 유린당한 헌법

민주주의는 쉽게 퇴보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수많은 사람들이 흘린 피를 먹으며 이만큼 성장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놓고 많은 이들은 이 말을 믿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수십 년간 유린당했던 헌법 제1조가 이제야 제자리를 잡는 것 같았다.

무자년은 이런 믿음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한해였다. <프레시안> 기자들은 취재 현장 곳곳에서 들었던 권력을 쥔 자들이 내뱉는 말들의 홍수 속에서 이런 민주주의가 퇴보하는 현실을 목격했다. 당장 무자년이 끝날 무렵 일어났던 용산 참사를 놓고 장윤석, 신지호, 이범래, 이은재 등 한나라당 의원들은 화마에 숨진 이들의 농성을 "도시 테러"로 규정했다.

이 발언을 직접 들은 한 기자의 얘기다. "'과격 시위' 정도의 발언에서 끝낼 거라는 내 예측은 어긋났다. 이제 자본의 돈벌이를 위해서 삶의 터전에서 몇 푼 보상을 받고 쫓겨나야 하는 철거민은 '테러리스트'로 규정되었다. 용산 참사 때 희생당한 자영업자들이야말로 한나라당의 가장 큰 지지 기반 아니었나. 한국에서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 게 아니었다."

사실 이전에도 이 정부는 시민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했다. 2008년 6월 1일 서울시경찰청 경비과장의 얘기다. "물대포는 안전하다. 물대포를 맞고 부상당했다면 거짓말이다." 그 말을 기억하는 한 기자, 용산 참사를 보고 이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안전해서 유모차에도 쏘고, 결국에는 용산 참사 현장에 시너가 있는지 알면서도 마구 쏘아댔구나."

상처 받은 민주주의, 그 절정은 바로 검찰의 누리꾼 미네르바 구속이다. 평소 이명박 정권과 검찰의 관계를 감안할 때 과연 이 일이 검찰의 자체적인 판단에 의한 것인지는 심히 의심스럽다. 한 기자의 말을 들어보자. "2008년 대한민국이 얼마나 비정상적인지를 보여주는 희대의 코미디다." 난 아니라고? 다시 한 번 경고한다. 안심하지 말라.

▲ 2008년 6월 1일 서울시경찰청 경비과장의 얘기다. "물대포는 안전하다. 물대포를 맞고 부상당했다면 거짓말이다." 경찰은 2008년 한 해 물대포를 미국산 쇠고기 고시 철회를 요구하는 촛불 집회를 비롯한 곳곳에서 쏘아댔다. ⓒ프레시안

사익 추구 집단의 역공세

이명박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고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은 이 정부의 성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면서 지난 4월 21일 이렇게 말했다. 한우를 키우는 농민, 광우병 감염 위험을 걱정하는 국민에 대한 존중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이 말은 이렇다. "값싸고 질 좋은 미국산 쇠고기."

지난 11월 13일 종합부동산세 위헌 판결 역시 대한민국이 '강부자 나라'라는 사실을 한 번 더 확인시켜준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그 하수인뿐만 아니라 입법부, 사법부에 있는 권력을 쥔 자들이 '공익'과 '사익'을 전혀 구분하지 못하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부자한테는 대못을 박아도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인 강만수도 꼭 기억하자."

그들을 이 지경으로 안하무인으로 만든 데는 민주주의야 유린되든 말든 역시 사익만 추구하려는 보수 언론의 책임이 크다. 지난 5월부터 수개월간 촛불을 든 시민들은 그 인과 관계를 예민하게 포착했다. 그러나 아직 시민의 힘은 보수 정권, 보수 언론에 맞서 역주행을 멈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역공세가 시작되었다. 평생 사익을 좇아 움직여온 그들은 보수 언론에 더해서 아주 큰 영향력을 갖는 방송을 장악하는 것이야말로 권력을 지키는 선결 조건이라고 믿었다. 급기야 한국방송(KBS), YTN을 장악한 이명박 대통령의 하수인은 지난 10월과 1월 '밉보인' 기자, PD를 해고하기에 이른다.

이런 동료의 해직 사태를 지켜본 <프레시안> 기자의 얘기를 들어보자. "이번 해직 사태를 보면서 우선 한국 사회에 권력에 빌붙는 '개'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한 번 더 체감했다. 그들과 같은 '기자'라는 게 부끄럽다."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 진짜 놀랐다. 한편으로는 평범한 기자, PD가 어떻게 투사로 재탄생하는지를 보는 순간이기도 했다."

▲ 무자년 한 해는 평범한 기자, PD, 아나운서마저 거리로 나오게 만들었다. YTN 구성원들은 구본홍 사장에 반대했고, MBC 등 방송사 구성원들은 언론법 개정에 반대해 파업을 벌였으며, 최근 KBS PD·기자 해직 사태는 '제작 거부' 투쟁으로 이어졌다. ⓒ프레시안

소 걸음으로 천리길을 가자

마침 세계 역시 모든 게 불확실한 상황이다. '역사의 종언'을 감히 입에 올릴 만큼 승승장구하던 자본주의는 그 심각한 약점을 드러냈다. 전 세계 강국으로 군림하던 미국은 안팎의 위기 상황 속에서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새로운 지도자로 맞았다. 전염병, 먹을거리 세계화, 기후 변화를 둘러싼 불확실한 하지만 치명적일 수 있는 위험도 목전에 있을지 모른다.

과연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무자년은 그 희망의 근거가 바로 우리, 시민에게 있음을 보여준 한 해였다. 지난 5월 2일 삼삼오오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였던 우리를 기억하는가? 지난 6월 10일 전국에서 타올랐던, 이명박 대통령이 고개를 조아릴 수밖에 없도록 만든 그 촛불의 물결을 기억하는가?

동아일보사, 조선일보사 앞에서 매일 울려 퍼졌던 "조중동은 물러가라" 구호를 기억하는가? 5월 2일부터 수개월간 거리에서 살았던 한 기자는 이렇게 말한다. "5월 2일, 모인 사람의 규모, 연령 때문에 놀라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많은 '보통' 시민이 한 목소리로 '조중동은 물러가라'고 외칠 때 전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세기 가장 절망적이던 상황에서 중국의 사상가 루쉰이 했던 말을 떠올린다. "희망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이제 기축년(己丑年)이 새로 시작한다. 잘 알다시피 기축년을 상징하는 동물은 소다. 지난 1년간 온갖 모욕을 당했던 이 소를 염두에 둔 이런 말이 있다. 우보천리(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간다. 이제 다시 시작하자.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다시 소걸음으로 나아가자. 온갖 모욕과 핍박 견디면서 다시 한걸음씩 어깨 걸고 뚜벅뚜벅 즐겁게 걸어가자.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설날을 앞두고 무자년을 회고하면서 프레시안 기자들이 '자유롭게' 올린 메모를 토대로 정리한 글입니다. 프레시안 사무실에는 '정언천리(正言千里)'라는 글이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걸려 있습니다. 기축년 프레시안 기자들도 소걸음으로 바른 말이 천리, 만리를 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강양구 기자(정리) 메일보내기 필자의 다른 기사


<출처 : 프레시안>









종국엔 사람도 태웠군요.
이게 끝이어야 될텐데, 끝이 없는 정권이라.
또 뭘 태워 기록(?)을 갱신할지 걱정이 앞서네요.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마라, MB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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