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스승이 있다면 그 중 한 분이다.
굉장히 솔직하며 거짓에 민감하고 분노했하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수줍음 많고 어리숙해 보여도 사안을 보는 눈이 냉철했고 그 눈은 선했다.
멋쩍게 웃음 짓는 미소가 매력적인 횽.
연배가 좀 있음에도 생각은 늘 열려 있어, 그게 참 많이 부러웠더랬다.
부산에서 처음 얼굴을 봤고, 이후 서울에서도 여러 번 만났다.
횽은 번역일을 했었는데, 횽이 번역한 책 두 권이 내 서가에 꽂혀 있다.
종로 피맛골 주점이나 작업실인 신촌 오피스텔에서 마신 술자리가 바로 어제 같은데.
구리의 횽 집도 찾아가 민폐를 끼쳤고 코엑스에서 같이 영화도 봤더랬다.
생각해보니 집회에서도 마주쳤었군.
그런 횽이 지금은 세상에 없다.
그냥 남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만 존재하게 됐다.
집착이란 것이 있었던 것이 부재하게 됐을 때 생기는 것이니,
횽의 부재가 남은 이들에게 아픔으로 남게 된 거다.
사랑한 만큼 아픔은 크겠으나 경중의 차일 뿐 잊혀지는 건 자명할 테니 그게 더 아프다.
홀어머니에 형수, 그리고 형제들.
그의 빈자리가 얼마나 클지 말해 무엇하리요.
억지로 지우려고도, 되새기려고도 하지 않았음 하는 맘 뿐이다.
횽이 좋아하던 김광석 노래 중 안치환 버전, 그날들이다.
뱀발,
설 대목으로 너무 늦은 포스팅이에요, 횽.
안타레스, 참조아 etc 함께 슬퍼하고 있어요.
아프지 않은 곳에서 행복하게, 걱정이나 염려는 집어 던지고,
보고 잡으요, 많이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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