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폰이 11장은 되는 줄 알으셨다는 어머니.
문자 "닭 시켰어, 문자주면 내려와"
간명하다.
문자 "웬닭?"
역시 간명했다.
문자 "쿠폰 있는 거"
샛방 살던 친구들이 놓고 간 쿠폰들이 모였다는 건 알고 있었다.
간만에 통닭인가.
문자 "왔네, 내려와"
고추에 기생 중인 진딧물과의 전쟁선포로 바쁜 하루였다.
'목초액 10미리에 물 1.8리터.
펫병에 물을 받고 뚜껑에 받은 목초액을 섞으면 200배 희석한 액이 된다.
액을 분무기에 담아 고군분투 중인 고춧잎에 열심히 뿌렸다.
결과는 내일 볼 일이다.'
시원하게 샤워까지 하고 쉬려는데 온 문자였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내려갔다.
내려와 보니, 쿠폰과 선전용 안내판을 동일하게 생각했던 어머니는,
쿠폰 9장과 선전용 안내판 2장 중 1장을 내밀며 "쿠폰요."했다는 거지.
여차저차한 후 돈으로 지불,
쿠폰 1장이 더해졌으니 나중엔 한 번 더 시켜먹을 수 있다는 기쁨.
그러나 누군가 찾아오지 않으면 굳이 먹는 일 없는 치킨이기에 기약할 수 없다는 거.
주체적으로 산다는 게 굉장히 요원한 일상이다.
닭 먹는 내내 보지도 않는 테레비를 보는 것만큼 뜻을 향한다는 게 쉽지 않은 삶 터.
연중 행사기에 그러려니 하는 삶의 태도.
쿠폰의 쓰임새를 저버릴 수 없는 나약함.
그러고 보면 참 많이도 변했다, 나 자신.
육식을 좋아하면서도 자연스러운 걸 지향하다니.
잘 하고 있어,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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