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구슬비, 권오순 作 140312, 'ㄹ'과 'ㅇ'의 흐름과 탄력

책가방

by 한가해 2014. 3. 12. 14:27

본문












말들의 풍경

저자
고종석 지음
출판사
개마고원 | 2012-03-0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한국어가 그리는 아름다운 풍경 그 안으로 떠나는 즐거운 산책과 ...
가격비교





'ㄹ'은 흐른다. 술이 철철 흐르고 물이 졸졸 흐르듯, 스르르, 사르르, 까르르, 조르르, 함치르르, 찌르르, 번지르르, 반드르르, 야드르르, 보그르르, 가르르르, 와르르, 후루루 같은 의성어/의태어에서 'ㄹ'은 미끄러지며 흐른다. 물처럼, 술처럼 흐른다. 그것은 더러 데굴데굴, 데구루루 구르기도 한다. 그렇게 'ㄹ'은 흐르면서 미끄러지고, 미끄러지면서 구른다. 말하자면 'ㄹ'은 움직인다. 나풀나풀, 한들한들 움직인다. 'ㄹ'은 꿈틀거리고 까불거리며 넘실거리고 재잘거린다. 그것은 날거나 놀거나 거닐거나 부풀어오른다.


위책 p.44


'ㅇ'은 가벼움과 말랑말랑함의 소리, 탄력의 소리다 'ㅇ'은 공球의 자음이고 동그라미의 자음이다. 'ㅇ'소리는 또랑또랑하고 오동포동하고 낭창낭창하다. 그것은 음절의 끝머리에 대롱대롱, 주렁주렁, 송이송이 매달려 있다. 그것은 아장아장 걷거나 붕붕거리거나 빙빙 돈다. 어화둥둥, 아롱아롱, 퐁당퐁당, 송송, 상냥하다, 싱싱하다, 강낭콩 같은 말들은 'ㅇ' 소리의 가벼움과 울림을, 그 원만함과 구성球性을 뽐낸다. 엉덩이와 궁둥이에서도 'ㅇ' 소리는 통통하고 말랑말랑하고 경쾌하다. 고유어에서만이 아니라 영롱하다, 낭랑하다, 생생하다 같은 한자어들에서도 마찬가지다.


위책 p.46


앞에서 이미 빙글빙글이나 말랑말랑 같은 말이 나왔지만, 'ㅇ'과 'ㄹ'이 동거하면 그 말에선 탄력과 흐름이 동시에 느껴진다. 어슬렁어슬렁, 방실방실, 싱글싱글, 빙글빙글, 벙글벙글, 달캉달캉, 팔랑팔랑, 찰랑찰랑, 종알종알, 설렁설렁, 옹알옹알, 알쏭달쏭, 뱅그르르, 날상하다 같은 말들이 그렇다. 


위책 p.46









2013/05/08 - [책가방] - 24절기 농사달력


2013/03/23 - [음악방] - 보이스코리아2, 봄비 (이시몬 Vs 유다은)


2014/03/01 - [책가방] - 세종의 위대함, 한글





밭을 정리하고 이랑을 만들 생각이었는데 한 발 늦었다.

봄비가 촉촉히 내리고 있다.

씨감자를 잘라둬야겠다.


잘린 표면이 마르면 상추와 당근, 대파, 열무와 같이 모듬으로 여기저기 심어봐야지.

섞어심기하면 좋은 궁합들이 있다는데,

아마 파가 그 역할을 하지 싶다.


세상에 자신이 오직 유일하듯 자기 만의 몫이 있을 것이다.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은 인생이다.

타인이나 집단에 죄짓지 않는 선에서,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많은 경험 겸손히 이루며 살자.

삶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 진지함을 잃지 않길.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