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서 심어 놓은 고추가 말라가고 있었다.
한 모는 갈증에 운명을 달리했다며 아쉬워하셨다.
무릇 생명은, 인건이건 동물이건, 동물이건 식물이건 소멸이 주는 아련함 같은 게 있나보다.
"잊지 않겠다."는 말과는 다르게 잊지 않으려 애쓰는 것과 잊혀짐은 반비례다.
왜그리 얄궂은지 모르겠으나,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듯 정작 필요할 때 말言은 연기처럼 사라지는 게, 그렇다.
근래 들어 얄궂은 것들을 떨쳐 버리기 위해 술을 입에 달고 살까 생각도 했지만,
술값 역시 만만찮기에, 끼니를 좀 맵게 먹기로 했다.
속은 아리고 똥꼬는 쓰릴지라도 먹는 시간만큼은 다 잊을 수 있는 고통이 엄습한다.
비빔국수.
초간단 식사로 반찬도 김치하나면 족하다.
소스의 매움을 삶은 달걀로 달래가며 먹는 비빔국수는 지금도 날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아, 배고프다. 올라가 또 한판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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